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빈 가지마다 햇살을 입히고
맨몸으로 시린 하늘을 건너와
소름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서러운 가슴을 모닥불에 재우고
도린결의 깊은 어둠을 건너와
햇살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홀로된 눈빛을 바람결에 뉘이고
풀꽃의 가녀린 꽃눈을 불러와
사랑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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