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풍경의 소묘 ㅡ이만섭

loren23 2017. 4. 29. 19:38


















































한 하고 포근한 젖빛하늘 일광이 풍경을 흔연스레 비추는데 산이 강에 내려와 물을 베고 누워 있다 저렇듯 한가로운 날은 산도 물 곁에서 한 숨결 내리고 싶은 것일까, 거대한 몸집은 필시 일순간에 첨벙 하고 들여놓았을 터인데 물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표정은 숨죽인 듯 명징하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올까, 물의 촉수들이 일제히 수런거리자 산이 재빠르게 물속을 빠져나간다 어느 쓸쓸한 저녁, 달이 강 가운데서 은밀히 노닐던 그 밤에도 물의 촉수들이 바람결에 수런거리자 달은 황급히 하늘로 돌아갔다 그때도 나는 깨달았다 고요는 풍경을 소묘하지만 중심을 잃으면 그리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