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2016년 7월 3일)

loren23 2016. 7. 5. 10:40















고향친구 모친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구나 그럴태지만 애경사에 참석해야 하는일 보통 번거로운일이 아니다.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내겐 번거로움을 더해 스트레스다.
서울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례식장에 갈거냐고 묻길래 조문비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일거라 생각하고 대뜸 얼마를 넣을까하고 물었다.
그게 아니라 갈꺼여 어쩔꺼여 하고 재차 묻는다.
내가 가까운곳으로 이사온줄 알고 있는데 안가볼수 있겠느냐고 힘없이 대답하자 그친구 그러면 자기도 장례식장에 오겠단다. 마침 일요일이고 나를 좀 만나보고싶어 서울에서 김제까지 내려오겟단다. 30분후 그 친구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1시 44분에 김제역에 도착한다니 2시경 예식장에서 만나잔다. 왕복표를 끊었는데 김제에서 서울행 차는 4시 50분에 출발하니 2시간 30분의 여유시간이면 쇠주먹을 시간은 충분하지 않느냐고 너스래까지 떨었다.

집에서 좀 일찍 나와 1시에 장레식장에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조문을 마치고 나니 식장내 이곳저곳에는 고향이여서 알만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식사들을 하고 있었다. 이쪽 저족에서 같이 먹자고 손짖을 했으나 1시간 후면 친구가 도착할태니 난 같이먹을 생각으로 목례만 나누고 식장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비가 내리는 주위의 산천을 바라보며 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잠시후 식사를 마친 선배한분에 내 곁으로 다가와 "익산으로 이사 왔담서" 하시며 내 손을 잡는다. 장례식장에서 볼수있는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단정히 맷으나 하얀 와이샤스 카라가 누렇게 바랜것이 눈에 띠였고 까만 정장 카라에는 무슨 뺏지 인지 황금색 커다란 뺏지가 빛이 낫다.

"아파트여 연립이여 ? "
"대처에서 살다가 어쩔수없어 시골로 왔을탠데 외롭지? "
"지금 하는 일은 머여?"

대답도 하기전에 연거퍼 이것저것 물어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애초부터 내 대답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안들어봐도 뻔하다는 눈치였다. 하는일 없고 외롭지만 그게 나는 참 좋다 라고 하려다가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가난하다는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라고 믿고 있듯이. 외로운 상태는 좋지 않은 상태라고 흔히들 믿어온 탓이리라. 선배는 우물쭈물하는 내게 못내 안타가운 표정까지 지으신다. 난 내 마음을 선듯 대답해주지 못한것을 후회했다.

솔직히 나는 요즘 외롭고 가난하지만 그게 참 좋다. 홀홀함이 좋고, 단촐함이 좋고, 홀홀함과 단촐함이 빚어내는 씩씩함이 좋고 표표함이 좋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외로우려 하고 가난도 싫치가 않다. 그게 좋다. 내게 외롭지 않은 상태는 오히려 번잡이다. 약속들로 점철된 나날들. 사람들과 휩싸여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난 헛헛함을 감당해야 하는 나날들. 타협하고 양보하고 희생도 감내하는 나날들의 꽉참이 나에겐 큰 부담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불러그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내 마음에 공감하리라 .

선배는 말꼬리를 다시 돌렸다.

"박근혜 말이여 여자지만 정치하나는 똑소리나게 한당게?
배신자들 처단하는거봐 즈덜이 국회의원되면 머혀?
이미 대통령의 눈밖에 났는디?"
,,,,,

아마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유승민 의원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얼마전 총선거 하지 않았어? 난 집에 있을수가 없었당게?
얼마나 도와 달라고 이사람 저사람 아침저녁으로 찿아 댕기는지 피하고 도망댕기는디 혼났당게?"
......

선배는 어느고등학교를 다녔는지 아니면 중졸인지 난 모른다. 다만 시골 면사무소에 다니다가 마지막에 김제시청에 근무했던 것만 알고 있다. 선배의 이야기는 이여졌다.

"내가 김제 시청 재무계장을 할때 김제군 각지역 면장들 내개 손이 발바닥 되도록 빌었당게?
그러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알겠어?
그때 직원들 내한티 신세안진 사람은 별루 없어"
,,,,,,,



그때 나의 핸드폰이 울렷다. 2시에 김제역에 도착 한다든 친구전화였다.
"야 야~~하이고 이거 나 기다리지 말고 너 먼져 집에 돌아가거라~!!"
차속에서 깜박 잠이들어 김제를 지나쳐 버렸다. 곧 정읍에 도착 된단다.
"정읍에서 내려 다시 김제로 올라가야......"
1시간 넘게 더 걸려야 할탠데 기다리지 말고 날더러 먼져 집으로 돌아가란것이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보니 벌써 2시가 넘었다.

그러던지 말던지 선배의 이야기는 계속 이여졌다. 여지것 장럐식장 앞에 서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리가 아픈지 내 손을 끌고 장레식장 복도 끝의 빈의자로 나를 끌어 당긴다.

"연금 한 3백만원 나오는디 내가 한달에 애경사비만 3백만원이 넘게 나간당게?"
,,,,,,,,,,

"얼마전에 며느리가 쏘나타 신형을 빼주었당게?"
,,,,,,,,,

돈 자랑 에서 아들 자랑 며느리 자랑으로 이여졌다. 그러다가 이제 이야기는 자기 처가집 자랑으로 이여졌다.

"송장같이 돈타는것이 없어야~!!"
"가난한집 송장같이 표나는것이 없당게?!!"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내게 이제는 딴 생각말고 맞장구도 처달라는것이다.

"얼마전 처가집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디 내가 놀라버렸당게?"
"조화가 말이지 장레식장에 다 들어가지 못하고 장레식장에서 시내버스 한구간 정도는 길거리에 두줄로 쭈욱 내 놓았당게."
"돈많은 사람은 죽어서도 굉장 하드라고..."
"처가집 집안이 그 지역에서 굉장한 가문이거든..."
,,,,,,,,

계속 이여지는 말들을 듣다가 결국 나는 한마디 말을 하고 말았다.
"자손들이 이상한 사람들인 모양 이네요.
지금들은 부고조차 생략하거나 조위금을 접수하지 않고 가족들끼리 조용히 치루거나 조화를 장례식장 앞에서 되돌려보내고 조화의 리본만 띠여 진열하는데요.."
"이제는 우리의 장례문화도 바꾸어질때가 되였어요"
"각종 상조회가 번창하는것 보세요 리무진을 동원하고,,,그런것들이 다 쓸데없는 허세지요..."

선배는 예상치 못한 내말 때문이였던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말은 맞네 " 했다. 난 여직 듣고만 있다가 2시간만에 처음으로 한 말인데 그 말은..은 또 먼가? 내가 다른 무슨말이라도 했단 말인가?



갑자기 이야기가 재미 없어 졌는지 잠시후 선배는 나와 헤여져 돌아 갔다. 3시 30분이 지났다. 친구 만나는걸 포기하고 나도 돌아가려니 발거름이 떨어지지않고 자꾸만 누군가가 뒤에서 당기는것만 같았다.



4시가 넘어서 결국 장레식장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깜작 놀란 친구는 간줄알았는데 하며 내 손을 잡았다. 친구의 손바닥에서는 고맙고 반갑다는 느낌이 여실하게 전달 되였다. 내가 물었다. "배고프지? 식사를 해야,,,,,"
정읍에서 다시 김제행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남고 하도 배가 고파 근처 식당에서 짜장면 곱베기를 먹어 생각이 없단다. 나는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별루 지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왈 하이고 그 선배와 이야길 나누었다니 먼 야기를 나누었는지 안들어봐도 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돈자랑이며 자기자랑만 해대는데 김제군내에서 그양반 쇠주한잔 얻어 먹어본 사람 있다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기다리느라고 고생한것이 아니라 그 선배 야길 듣는데 얼마나 지루했냐고 더욱 안쓰러워하고 미안해 하는 눈치다.

친구와는 채 10여분도 이야길 나누지 못하고 4시 50분 기차표를 끊어놓았다고 택시를 타고 가 버렸다. 멀어져가는 택시 꽁무니를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허기졌다 장레식장에 들어가 홀로 쇠주한잔을 청해 마실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쫄쫄히 굶은체 김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외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오늘일이 하도 기가막혀 혼자 웃었다. 그 선배 요즘에 참으로 보기 드문 백지처럼 순수한 사람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5시 30분이 지난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음: Mighty Sam McClain - I'm So Lon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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