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관속에서 출토된 400년전 여인의 통절함.

loren23 2017. 4. 30. 12:31








머리칼을 섞어 결은 미투리 한 켤레와 함께 편지가 400년이 지나 출토되었다.





원이 아버지께 올림 - 이응태(1556~86)의 아내 자네 늘 날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나하고 자식은 누가 거두어 어떻게 살라하고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자네 나를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으며, 나는 자네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던고. 매양 자네더러 내 이르되 한데 누워서 '이보소 남도 우리 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하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며 자네더러 일렀더니,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지 아니하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고. 자네 여의고 아무래도 난 살 힘이 없어, 쉬 자네와 한데 가고자 하니 날 데려 가소.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서 이르소. 내가 꿈에 이 글월 보신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렇게 써서 관에 넣노니,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이르소.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말과 글을 입으면 그것이 바로 시다.
시를 시늉한 겉모양이 아니라, 안의 사무침이 시인 것이다.
1586년 안동의 고성 이씨 선비가 31세로 세상을 떠나자, 태중인 아내가 한지에 적어 망자의 가슴에 얹어 묻은 한글 편지의 일부다.

머리칼을 섞어 결은 미투리 한 켤레와 함께 400년이 지나 출토되었으나, 그 통절함은 조금도 낡지 않았다. 입말을 뿌리로 한 우리 말글의 기품과 아름다움이 16세기에 이미 이와 같았다.

'자네'란 호칭이 '∼하소'체 어미와 호응하며 부부간의 경어로 쓰였던 점도 흥미롭다. 한국어의 오늘은 어떠한가. 아름다운가.   -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music- poetry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 희섭 / 낙화  (0) 2017.05.01
이해인 - 5월의 시  (0) 2017.05.01
Ailee -너무 아픈 사랑은...  (0) 2017.04.30
Eddy Wilson's Blues Band - I Just Can't Wait No More   (0) 2017.04.30
풍경의 소묘 ㅡ이만섭  (0) 2017.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