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아듀, 동피랑

loren23 2017. 7. 24. 16:55











`캐시 베이츠` 얼굴에 `티나 터너` 몸통을 하고 `뫼르소`의 심장을 지닌 벌거벗은 여자 하나가 손바닥으로 처서 기절시킨 커다란 생선 한 마리를 바다에서 건져올리고 있다. 여자의 우람한 몸집에 강구항이 터져나갈 듯하다.
기절했다 깨어난 생선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요동을 친다....

몇 해쯤 살아볼까 하고 처음 통영으로 내려가면서 나는 이런 황당한 환상에 몰려있었다.

바다를 향해 지니는 인간의 환상은 저마다 다르다. 왜 하필 `케시 베이츠`에 `티나 터너`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건 그 동안 할리우드 영화와 자본사회에 모르는 새 오염된 본능이 도리없이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환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영화 '미저리'에서는 지독한 스토커로도 나오지만 `캐시 베이츠`는 대개의 필름에서 어질고 마음씨 착하고 수터분한 아주머니 역이고, 뚱땡이 재즈싱어 `티나 터너`의 몸매는 탄력 바로 그 자체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를 치른 다음 날 여자와 섹스를 나눈다.


내려가 보니 통영은 형편 무인지경이었다. 주변에 수도 없이 아름다운 섬들을 거느린 이 작은 항도(港都)가 왜 이렇게 황량하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 했다. 첫 인상이나 느낌은 종종 터무니 없는 허방을 짚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거에 그 본질적인 사정을 일깨우기도 한다. 여기도 극심한 빈부격차가 지방문화라는 탈을 쓰고 고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곧 헐릴 개발지구를 벽화촌이라는 아이디어로 간신히 막아놓은 달동네 동피랑.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바라크 댓 채를 창작촌이랍시고 리모델링 해놓은 거처가 너무 을씨년스러워서만이 아니다. 20호짜리 캔버스 하나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방에 동네에는 공중변소 조차 하나 없고,
하나 둘 셋! 하는 셔터질 소리로 관광객은 아침부터 악머구리처럼 들끓고, 월세까지 받아먹으면서도 하루 두 차례 밖에 나오지 않는 수도는 그나마 동파에 먹통이 되기가 일쑤고...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개폴리라고 해라 고 블로그에 써올린 욕 때문에 나는 아마 시청 예술과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을 것이다.

생각난 듯이 아침 저녁 거북선 앞에 무료히 앉아 기다렸으나 그 죽은 여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김춘수 거리, 김상옥 거리, 박경리 문학관에서도 나는 죽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고
전혁림 미술관에서도 윤이상 국제음악제에서도 만나지 못했다.

이러고서 어떻게 문화도시라 할 수 있는가....그런 쓰잘 데 없는 불만이나 뇌까리면서 3년을 보낸 셈이다.

보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 바다는 절대로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
몇 해쯤 살아볼까 하고 처음 통영으로 내려갔던 작자(투투쿠쿠)가 징글 징글해서 견디지 못하고 결국 동피랑을 떠나면서 동피랑의 실상을 토해놓은것이다. 지금도 통영에선 한국의 명소, 벽화의 마을이라고 이런동네를 선전하며 광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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