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 이규리

loren23 2016. 4. 24. 11:21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꽃잎이 흩날리는 거리에 서면 본 적도 없는 연분홍 치맛자락이 눈에 어른거리고 속절 없이 봄날이 간다는 것을 느낀다. 젊은 날에는 나와는 무관하게만 생각되었던 것들이 낡은 스웨터를 입고 가시덤불을 헤쳐나온 것처럼 여기저기 올이 풀리듯 눈에 밟히며 눈물을 찍어낸다. 애써 지는 꽃잎 외면하며 새로 돋는 이파리에 환호하는 척 과장된 몸짓을 지어봐도 헛헛하기는 마찬가지다.

머리에 무서리 내려앉는 어쩔 수 없는 세월을 실감하며 남은 봄날의 꽃잔치를 헤아릴 때면 꽃 지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 만나고, 전화라도 해서 목소리를 듣고 싶어집니다. 누군가는 문상 가는 일을 너무 늦게 놀러가는 게라고 자책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주문은 너무 늦은 안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꽃 지기 전에, 전화라도 한 번 넣어보세요. web.

음; Ikuro Fujiwara  -  konya wa uml no yo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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