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는 언제나 내게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었다. 어머니는 늘 엉덩이 큰 여자라야 도망가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 믿음과 존경과 안정과 안녕의 대상인 엉덩이가 윤모 씨에 의해 그만 하루아침에 추행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참으로 암담하고 억울하다. 이제 엉덩이에 대해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윤 씨를 떠올릴 것이고 나를 짐승 보듯 할 것이 아닌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지금은 빌빌 전국을 돌아다니는 중이라 기자회견을 할 수가 없고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우리 동네 중국집에서 허름한 동네 주민 몇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해야겠다. 고대로부터 큰 엉덩이는 다산의 상징이었다. 게다가 침팬지나 오랑우탄 등 일부 동물을 제외하고 인간만이 유일하게 허리나 배보다 엉덩이가 크다. 사실 침팬지 오랑우탄의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은 대강 0.8대 1이어서 엉덩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소나 말도 엉덩이가 꽤나 크지만 사실 배가 더 크게 튀어 나와서 엉덩이는 그냥 뒤쪽에 마무리 장식으로 붙은 느낌이 든다. 곤충들의 엉덩이를 생각해 보시라. 그냥 뾰족한 게 그건 뭐 도대체 엉덩이라고 하기에도 엉덩이에게 미안한 일이다. 벌레들의 엉덩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벌레들끼리도 저희들 엉덩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엉덩이는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인간 중에도 여인의 가장 여인다운 소유물이자 생명의 근원을 뒤에서 말없이 감싸고 있는 든든한 배경인 것이다. 또한 고려청자의 그 아름다운 곡선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 이는 금방 알 것이다. 그런 엉덩이를 추행의 대상으로 삼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다. 애지중지 쓰다듬고 보듬어도 부족할 판에 콱 움켜잡다니 미친 자가 아니고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엉덩이를 함부로 취급하는 자와 한 하늘을 이고 있다는 사실이 불결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신뢰와 존경의 대상으로 엉덩이에 대한 얘기를 계속 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사람들이 혹시 윤 씨의 눈으로 내 글을 보게 되지나 않을지. 윤 씨 사태를 지켜보면서 혹시라도 나의 엉덩이 관련 글들을 떠올리신 분들에게는 분노하는 마음으로 어처구니없이 사죄드린다. 정말 우연히 소재로만 일치했을 뿐이지 주제는 완전 다르다는 것을 강하게 말씀드린다. 신문을 펼칠 때마다 티브이를 켤 때마다 온 세상이 윤 씨 얘기로 넘쳐나고 동시에 우리의 소중한 신체 일부가 고깃덩어리로 전락한 느낌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엉덩이 관련 기자회견은 동네 중국집에서 하고 뒤풀이 없이 잠적할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지나 사람들의 뇌리에 윤 씨가 사라질 즈음 아버지께서 그토록 사랑하신 어머니의 엉덩이에 대해 그리고 거기서 나온 나에 대해, 나의 목숨과 생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다. 가능하면 엉덩이를 소재로 인류사에 보기 드물게 어색한 시를 발표하고도 싶다. 여인들의 엉덩이의 아름다운 권리를 복권하고 싶다. 2013/05/27 10:41 김주대의풍경에서. 네 향기 가득찬 속치마 속에 고민에 아픈 내 머리를 파묻고 내 사라진 사랑의 그리운 냄새를 시들은 꽃처럼 들이마시고 싶다 - 보를레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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