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등 뒤의 사랑- 오인태

loren23 2016. 8. 29. 17:29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시인 오인태는 196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진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 1991년 문예지 [녹두꽃] 3집을 통해 등단. 시집에 [그곳인들 바람 불지 않겠나], [혼자 먹는 밥] 등이 있음. 위 시는 [등뒤의 사랑] (2002, 뜨란)에 실려있다.

시인이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다시 복직된 경력이 있어 오인태의 시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사회운동과 연관된 생각을 하게 된다. 오인태의 시들 중에는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사회에서의 여러 사건을 표현한 것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그림자 만이 내 벗이 되어 준다. 긴 그림자를 바라다 보니 또 서글프다. 이 시가 실려있는 시집의 제목과 같은 [등 뒤의 사랑]이라는 시에서는 시인이 그리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 그저 있을 때 잘하라는 소리가 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날이다. web.


음: Autumn -Tol & 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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