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류시화

loren23 2017. 5. 9. 16:42























옹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자니 못했으니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참 결이 고운 제목이어서 찾아 보니 류시화 씨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등 작가의 글은 늘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 한다.
그러나 나는 시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인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다만 시가 난해하지 않으면 좋고, 정결하고 느낌이 아름다우면 그저 좋다.

자갈 돌 같은 언어끼리 스치고 부대끼어 마침내 지면에 동그마니 활자로 새겨진 영롱한 표현들을 늘 경이롭게 바라볼 뿐이다. . 수분을 모두 날려 버리고 순수한 결정체만 남아 읽는 시에게 나는 물을 뿌려 가며 내 나름의 감상을 덧붙여 읽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시를 쓴 걸 보니 누구를 그 무렵 사랑했었나 보다)에서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만
나는 너에게 꽃을 준다.
삶이여
나의 상처는 돌이지만
너의 상처는 꽃이기를,
사랑이여
삶이라는 것이 언제 정말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 “


거두절미하고…
너의 상처를 꽃으로 덮어 주는 어여쁜 마음, 잠언같다. 언제나 삶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을지라도 너의 상처를 치유할 꽃을 마련하는 자비로움. 매무새를 본 받고 싶은 것인지 콧노래처럼 자꾸 입안에 떠 있는 게 우습다.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에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


돌은 그저 돌이 아닌 것으로, 가슴에 단단한 옹이를 간직한채 무표정하고 굳은 얼굴로 살아가는 나 자신이고 우리의 이웃일 것이다. 그러게 우리 가슴에는 별이 있었고, 한 때는 불이었으며,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반짝이며 흐르던 물이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이제 남의 돌도 가만히 바라보아야 할 것같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보일 것같은 사전이라 서점에 나와 있다면 달려가서 사서 볼터이다.
세상의 말들은 달라져서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또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만약에 이런 사전이 나온다면 얼마나 위트가 넘치고 여유로우며,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일까? 류 시화 시인이 만든 사전이라면 나는 바람같이 서점으로 달려 갈 것이다. 아!! 상상만으로 즐겁다.

시인의 가난과 고독은 고급스럽고 사치해 보인다. 그것은 누에를 닮은 시인의 일용할 양식으로서 마침내 곱게 섬세한 실을 뱉아 낼 터이니. 그래서 시인은 고통을 한 차원 승화시키는 마법의 전수자이며, 시를 통해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하는 것을 아는 자일 것이다.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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