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몸 속의 몸 -최승자

loren23 2017. 6. 9. 21:06












몸 속의 몸 끝모를 고요와 가벼움을 원하는 어떤 것이 내 안에 있다 한없이 가라앉았다 부풀어 오르고 다시 가라앉았다 부풀어 오르는 무게 없는 이것 이름할 수 없이 환한 덩어리 몸속의 몸 빛의 몸 몸속이 바다 여성에 관하여 - 최승자 여자들은 저마다의 몸 속에 하나씩의 무덤을 갖고 있다. 죽음과 탄생이 땀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 굳어진 죽은 바다처럼 여자들은 누워 있다. 새들의 고향은 거기 모래바람 부는 여자들의 내부엔 새들이 최초의 알을 까고 나온 탄생의 껍질과 죽음의 잔해가 탄피처럼 가득 쌓여 있다 모든 것이 태어나고 죽기 위해선 그 폐허의 사원과 굳어진 죽은 바다를 거쳐야만 한다.




여성은 탄생의 공간이다.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고통으로 땀 흘리는 여성이라는 세계가 필요하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자립하여 살아갈 때까지는 여성의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태어난 하나의 생명은 여성이라는 세계에 계속 머물지 않는다. 알을 까고 나온 새가 어느 정도 자라면 둥우리를 떠나듯이, 알타미라 동굴에서 태어난 아이가 영원히 알타미라 동굴에 머물지 않는 것처럼. 태어난 생명은 여성을 떠나간다. 생명이 떠나간 자리에는 탄생의 껍질인 땀 흘린 고통과 폐허만이 남는다. 하나의 무덤처럼, 생명이 떠나간 빈 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 항구에서 배가 떠나간 뒤 누워 있는 죽은 바다처럼 여성은 거대한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과 같은 무덤으로 쓸쓸히 남는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간 생명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혹은 마지막 죽기 위해서 찾는 고향이 여성이다. 누구나 ‘어머니’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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