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했던 가계사(家系史)로 앞날을 예측한다면
삼십년 혹은 사십년 후엔
필경 나는 이미 죽은 이거나
죽어가는 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날에는 늘 체중보다 웃돌았던 생활의 등짐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작고 사소한 풍경 되어
세제 풀어놓은 듯 거품 들끓는 세계
물끄러미 관조할 수 있을 것인가
욕망의 과부하로 크게 앓던 육체의 기관들도
긴장의 이음새 느슨하게 풀어놓고
제멋대로 따로 놀다가 기꺼이 벌레들
한끼니 밥이라도 될 수 있을 것인가
발동기가 내뿜는 물처럼 혈관 속
뜨겁게 역류하던 검붉은 피 모조리 빠져나간
몸 추수 끝난 볏단처럼 순하게 말라갈 수 있을 것인가
애증과 집착으로 숯불처럼 이글거리던 눈
차갑게 식어버린 뒤 물 떠난 연못 되어
산비탈 감자꽃 만나고 온
삐쩍 마른 바람이나 품고 있을 것인가
산 자에 대하여는 평가 인색한 사람들도
죽음에는 대체로 관대한 법이니
내 지은 허물과 죄 크게 탓하지는 않을 것인가
내 나이 올해로 오십이어서
앞서 간 이들 적지 않고 또 앞서 갈 이도 있을 것인데
늙지 않는 슬픔은
가까스로 뿌리내린 생 자주 흔들고 있는 것인가
가까운 훗날 일생에 기식했던 그 모든
선악과 미추는 다만 갱지 한장의 풍경으로 남아
누렇게 바래다가 문득 흔적도 없이 스러져갈 것인데
오늘 나는 사소한 이별 하나로
냇가 벗어난 치어라도 되는 양 벌떡벌떡
일상의 비늘 뒤집어대며 호들갑 떨어대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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