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누워있다
어둠이 깊숙하게 제자리를 잡고 앉은 시간
못생긴 여자가
얼굴을 방바닥에 대고
애벌레처럼 누워있다
어둠 속에선 모든 것들이 몸을 푼다.
낮 동안 떠받치던 세상의 무게들을 부려놓고
툭툭 소리 내며
온 몸의 나사들을 풀고 있다
여자도 제 몸 마디마디를 풀어본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여자의 오래 된 몸은
어둠 속에서도 여자를 온전하게 놓아주지 않는다
옷장 속에 걸려있던 4개의 계절들이
성급하게 그녀를 침범하고 달아나고
그녀의 몸에서 눅눅한 추억들이
머리카락처럼 길게 돋아난다
오래된 여자는 온 몸이
책갈피처럼 차례차례 늙어간다
그녀의 오래된 집처럼
그녀도 녹슨 수도꼭지처럼 추억을
적당히 흘려보낼 줄도 안다
집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
그 또한 안락한 일이다
그녀 안으로 세월이 들고난다
세월 안으로 그녀가 들고난다
아.무.도.찾.아.오.지.않.는.다.
음: Saint Peter`s Gate / Chris De Bur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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