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poetry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loren23 2016. 4. 27. 14:46








아주 오래 전 어느 마을에 소년과 소녀가 살고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두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 자신과 똑같은 소년과 소녀가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쳤을 때 한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두 사람은 고독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서로가 찾는 100%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두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렇게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하며 의구심이 생겼고 대화가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했다.

"우리 한 번 시도해 보자.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의 연인이라면 반드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에도 서로에게 역시 100%의 인연이면 바로 결혼하자." 소년의 말에 소녀가 동의하듯 고개를끄덕였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하지만 다음해 겨울 두 사람은 악성 독감에 걸려서 며칠 동안이나 사경을 헤맨 끝에 과거의 기억들을 몽땅 잃어버렸고 그런상태로 시간은 흘러 소년은 서른두 살이,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그 해 4월의 맑은 날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했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마주쳤다. 잃어 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 비췄고 그들의 가슴이 마구 떨렸다. 두사람의 가슴은 서로가 100%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나 연약해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두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 엇갈린 채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하루키>







음 : Frank Duval = It Wa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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