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무수한 타인들의 흔적으로 글을 쓴다. 그 향기로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막연한 퍼져가는 공허감 공기처럼 흘러가는 실루엣만 있을 뿐. 어디에서건 부채질만 하면 바람 일으켜세우는 나는 이미 혼혈아. 더 이상 순수한 대지란 없다. 아무리 상상력의 깃발 번뇌 끊어진 곳까지 흔들어도 이.. music- poetry 2016.06.20
지워진 것들은 빗속에 서 있고- 남정 후박 나뭇잎을 타고 내리는 비 굵은 빗방울이 지우개인양 허공을 지운다 꽃과 그늘을 지우고 처마 끝에 흐리게 닿아있는 먼길을 지운다 비가 오면 나는 나를 지우고 싶어진다 내 눈을 지우고 빨간 립스틱을 지우고 생각을 지우고 지우고… 그러나 지워진 것들은 언제나 빗속에 서 있다 .. music- poetry 2016.06.20
산자들을 위한 기도 -김소연 그는 확장 공사중인 성당 꼭대기에서 낙상하였다. 천장 높이 안치되기로 한 하얀 예수 십자가상에 겨우 매달려, 짧은 무서움을 표현했을 뿐, 그 십자가와 함께 무거운 그의 체중은 땅으로 거침없이 떨어졌다 하얀 석고 십자가와 함께 그는 간단히 산산조각 났다 그는 기도하는 것을 잊지 .. music- poetry 2016.06.20